영화 취화선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2002년에 개봉한 영화
이 영화도 명작이지만, 영화만큼 화자가 되었던 것이 있다. 바로 취화선 웹사이트다.
얼마전 간만에 눈이 즐거운 전시를 보고왔다.
개인적으로 전시를 좋아하지만 명화를 미디어로 구현한 전시는 선호하지 않는편이다.
그러나 이번 전시는 여러모로 아주 흡족했다
간송미술관이 주최하고 DDP 뮤지엄 전시관 2에서 진행하는 이 미디어 전시는,
각 컬렉션마다 공간을 독창적으로 구성해 몰입감을 극대화했다.
영상의 퀄리티가 훌륭해 지루할 틈이 없었다.
전시의 마지막은 추사체의 주인공 김정희의 작품 세계였다.
먹과 한지의 향기가 가득한 흑백의 공간.
춤추는 먹의 농담(濃淡)과 화선지 위를 달리는 강렬한 글씨.
검은 먹으로 물든 바탕과, 그 위에 떠오르는 흰 글씨는 대비의 미학을 극대화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나는 이 대비된 공간에서 문득 영화 취화선의 웹사이트를 떠올렸다
간송 전시의 디지털 기술로 재현된 김정희의 글씨는,
취화선 웹사이트에서 느꼈던 붓의 움직임과 먹물의 질감을 떠오르게 했다.
2002년 당시로서는 획기적이었던 취화선 웹사이트는 장승업이라는 예술가의 삶과 그림을 디지털로 구현했다.
단순히 영화 정보를 나열하지 않고, 사용자가 스토리를 따라 탐험하는 형식으로 구성된 것이 인상적이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장승업의 그림을 클릭하면,
그림이 완성되는 듯한 애니메이션 효과가 나타났다.
사실 이 웹사이트는 내가 플래시(Flash)를 시작하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당시 플래시는 움직이는 애니메이션과 동적인 요소를 가능하게 했고,
취화선 웹사이트는 이 기술로 가능한 모든 것을 담아내 창의적으로 표현했다.
간만에 생각이 나 검색해보니 영상이 있어서 퍼옴
나는 취화선 웹사이트가 당시 디자이너들의 창조물이라 생각한다.
지금처럼 컴퓨터가 친숙하지 않던 시절,
전공자들은 대부분 손으로 그림을 그리던 사람들이었다.
디지털 툴이 발전하지 않았던 만큼,
하나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직접 그림을 그리고, 세밀하게 디자인 작업을 한 후 디지털로 옮겨야 했다.
당시 웹디자인은 지금처럼 웹표준이나 접근성을 중시하지도 않았다.
대신 디자이너들은 특정 해상도에 맞춰 디자인하며, 테이블 구조를 이용해 화면을 구성했다.
특히 취화선 웹사이트처럼 통플래시로 만들어진 웹사이트는
마치 하나의 큰 도화지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줬다.
각 장면이 부드럽게 연결되고,
화면 속에서 움직임이 살아나는 경험은 지금의 반응형 웹사이트와는 또 다른 매력이었다.
취화선 웹사이트는 단순히 영화 홍보가 아니었다.
당시 디자이너들과 개발자들은 영화 속 예술적 감각을 그대로 웹으로 옮기기 위해,
플래시의 모든 기능을 활용해 장면 하나하나를 세밀하게 만들어냈다.
그 결과는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웹사이트"를 넘어선, 디지털 시대의 예술 작품이었다.
물론 지금 와서 보면, 당시의 디자인 방식은 제약이 많고 비효율적이었다
화면 크기가 고정되어 있었고, 접근성은 낮았으며,
플래시 기술 자체가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지금,
그런 제약 속에서도 창조성을 발휘했던 디자이너들의 도전정신을 존경한다.
간송미술관의 디지털 전시를 보며, 취화선 웹사이트가 떠올랐던건
두 콘텐츠가 전통을 디지털로 풀어낸 방식에 있지 않을까 싶다.
서로 다른 시대의 산물이지만,
예술을 디지털 매체로 재현하며 새로운 감각을 선보였다는 점은 분명 닮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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